특급건축시공기술자가 을지로 인쇄소 2층을 맡게 된 이유
20년 넘게 현장을 관리하며 도면과 씨름해온 제가, 을지로 인쇄소 2층에서 인쇄 기계들 옆에 서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.
처음 필페이퍼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, 이건 단순한 자문 요청이 아니라 "공간을 다시 설계해달라"는 부탁에 가까웠습니다.
건축 현장에서 저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. "이 공간에 오는 사람이 뭘 겪게 될까." 인쇄소 골목의 낡은 2층 공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.
다만 이번엔 콘크리트와 철근이 아니라, 종이와 인쇄, 그리고 을지로를 걷다 지친 방문객이 그 대상이었습니다.
BIM CM 전문가가 인쇄소를 관리한다는 것
처음엔 저도 낯설었습니다. 제 커리어는 제주 신축주택, 포천 서킷, 강남 오피스 빌딩처럼 큰 구조물 중심이었으니까요.
하지만 원리는 같았습니다. 인포데스크 하나를 짜더라도 치수(W1200×D280×H900mm)를 정하고, 조립 순서를 도면화하고,
실제 현장에서 볼트 하나까지 맞춰보는 과정 — 이건 제가 20년간 해온 일 그대로였습니다.
다른 점이 있다면, 이번엔 그 공간 안에 을지문구라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심어야 했다는 것입니다.
멍물이, 귀퉁이, 모서리 — 을지로 골목을 지키는 세 캐릭터가 이 공간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했습니다.
앞으로 이 시리즈에서 다룰 것들
이 카테고리에서는 을지로 인쇄소 골목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 공간으로 다시 설계되었는지,
그 과정을 현장 일지처럼 기록해보려 합니다. 도면 이야기, 브랜드 캐릭터가 태어난 배경,
예약 시스템을 자동화한 과정까지 — 건축가의 시선으로 본 인쇄소 이야기입니다.
다음 편에서는 인포데스크 하나를 설계하며 무엇을 고민했는지 풀어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