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의 작은 트라팔가 광장, 그리고 붉은 우체통의 기억
런던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. 잿빛 하늘 아래 붉은색 이층 버스가 오가고, 광장 한가운데 넬슨 제독의 동상이 우뚝 서 있는 그곳, 트라팔가 광장의 활기차고 고풍스러운 공기를 사랑했습니다.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면, 그곳에 런던의 한 조각을 옮겨오리라 다짐했었죠.
건축을 업으로 삼으며 공간이 주는 힘을 믿게 된 저는, 과거에 운영했던 카페에 그 오랜 로망을 실현하기로 했습니다. 벽에는 런던 지도를 걸고, 창밖으로는 트라팔가 광장의 풍경이 (비록 그림이지만) 펼쳐지게 했죠. 그리고 그 공간의 마침표를 찍어줄, 가장 확실한 '진짜'가 필요했습니다.

바로 이 녀석입니다. 플라스틱 모조품이 아닌, 실제 영국에서 사용되던 묵직한 주물(Cast Iron) 우체통을 어렵게 구했습니다. 페인트가 살짝 벗겨지고 세월의 때가 묻은 그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야말로 제가 원하던 '오리지널의 아우라'였으니까요. 이 붉은 기둥 하나가 서는 순간, 공간의 공기가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.
저는 이곳에서 조금 특별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.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며 영국에서 공수한 엽서에 사연을 적어 이 우체통에 넣으면, 제가 마감 후에 그것들을 모아 실제 우체국에 가서 부쳐주는 일이었습니다.

카카오톡으로 1초 만에 안부를 묻는 시대에, 누군가에게 닿기까지 며칠, 혹은 몇 주가 걸리는 엽서 한 장. 그 느리고 수고로운 과정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. 엽서를 받은 이들의 답장이 다시 카페로 날아오기도 했고, 그 우체통 앞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.
지금은 그 공간이 사라지고 붉은 우체통도 제 곁을 떠났지만, 그때 제가 추구했던 가치는 A7 Studio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. 그것은 바로 **'진정성 있는 기록의 힘'**입니다.
차가운 디지털 데이터 속에서, 저는 여전히 손으로 만져지는 물성과 시간을 견디는 기록을 사랑합니다. 수동 제본기로 한 장 한 장 종이를 엮고, 블로그에 저의 생각을 꾹꾹 눌러 담는 이 모든 과정이, 어쩌면 그 시절 붉은 우체통에 엽서를 넣던 마음과 닿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.
저의 새로운 공간, A7 Studio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.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, 느리지만 단단한 기록의 여정을 함께 시작할 것입니다.